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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 관하여2026.09.10 · 닷킴

우리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솔직히 홍보 맞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공간과 그 공간을 결정하는 생각. 닷킴을 우리 말로 소개해보려 합니다.

팟캐스트 탁자에서 박수 타이밍을 맞추는 모자 쓴 케빈, 긴 머리의 현수, 노트를 든 세희
박수 타이밍부터 맞추는 세 사람. 일단 시작은 했습니다.AI 생성 · 닷킴 캐릭터 일러스트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홍보입니다. 첫 문장부터 이렇게 써도 되나 싶지만, 다른 근사한 이유를 앞에 놓으면 그걸 설명하느라 더 어색해질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마침 셋 다 말이 많았고요.

첫 녹음에서 제일 오래 고민한 것 중 하나는 말투였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갑내기 친구들이 갑자기 서로에게 존댓말을 하려니 영 이상했습니다. 평소처럼 말하면 또 카메라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건축을 이야기할 준비는 했는데, 우리를 모르는 사람 앞에서 우리답게 말하는 연습은 안 했던 겁니다.

이 글도 그 연습의 일부입니다. 일을 어떻게 보는지, 무엇 때문에 의견이 갈리는지, 왜 어떤 질문에는 대답이 길어지는지. 닷킴을 소개하려면 그 이야기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 옆에 붙이고 싶은 이야기

완성된 공간은 사진으로 먼저 소개합니다. 좋은 빛이 들어오는 시간, 재료의 질감이 잘 드러나는 각도, 방과 방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을 고릅니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일은 우리가 무엇을 만들었는지 다시 살피는 일이기도 합니다. 홈페이지에 모인 작업들이 그렇게 닷킴의 첫인상이 됩니다.

그런데 일을 맡기는 사람이 궁금한 것은 완성된 모습만이 아닐 겁니다. 자기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예산 안에서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무엇부터 정할지,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도 궁금하겠지요. 사진을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창을 크게 내면 시원하겠지만 그 벽에 놓으려던 책장은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수납을 늘리면 생활은 편해져도 비어 있는 벽의 여유가 줄어듭니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 묻기 전에, 그 집에서 무엇을 더 자주 하고 어떤 순간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런 대화 끝에 선택한 모습이 사진 한 장으로 남습니다.

우리는 그 선택의 이유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멋진 공간을 만들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멋지다고 생각하는지, 불편과 취향이 부딪혔을 때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는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드러납니다. 우리에게 일을 맡길지 판단할 때에도 그쪽이 쓸모 있는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완성 사진에는 다 들어가지 않는 고민들을, 우리 말로.

완성된 방 그림과 수정 흔적이 있는 도면을 나란히 보며 이야기하는 세 사람
사진 뒤에는 자리를 바꾸고 다시 그린 도면이 있습니다.AI 생성 · 닷킴 캐릭터 일러스트

셋이 앉으면 세 가지가 보입니다

건축을 하는 현수, 홍보와 마케팅 일을 하는 케빈, 함께하는 사업의 기획과 실행을 고민하는 세희. 하는 일을 적으면 이렇게 나뉩니다. 같은 공간을 두고도 한 사람은 만드는 방법을, 한 사람은 알리는 방법을, 또 한 사람은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를 생각합니다. 셋이 앉으면 같은 질문도 조금씩 다른 곳으로 이어집니다.

설명하는 쪽에서는 배경부터 알려주고 싶습니다. 건축과 건설의 관계를 이야기하려다가 시장의 구조까지 가고, 자격을 이야기하다가 교육과정으로 넘어갑니다. 머릿속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으니 어디를 생략해야 할지 오히려 어렵습니다. 듣는 쪽에서는 집을 고치려면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하나 물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서로 하는 일이 다르다는 점은 그럴 때 도움이 됩니다. 익숙한 사람끼리라면 건너뛸 단어에 멈추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순서를 다시 묻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설명이 충분해 보여도, 그곳을 쓰는 사람의 하루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의 일정에 대입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세희는 건축의 설명을 듣다가도, 실제로 쓰는 사람과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질문으로 돌려놓습니다. 누가 이곳을 찾을지, 여기에서 무슨 일을 하면 재미있을지, 그 생각을 실행하려면 무엇부터 정해야 할지 묻습니다. 도면 위의 공간을 사람과 일의 이야기로 이어주는 관점입니다.

말이 겹치는 건 아직 숙제입니다. 모두 보태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편집하는 사람에게 그 마음까지 겹쳐 들려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마이크 앞에서 제안하는 케빈과 조건을 보태는 현수, 질문 카드를 가운데 놓는 세희
만드는 방법, 알리는 방법,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AI 생성 · 닷킴 캐릭터 일러스트

친구여도, 일은 설명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학에 가면서 각자 다른 시간을 보냈고, 어른이 되어 다시 일로 만났습니다. 오래된 친구라는 점은 분명 편합니다. 농담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잠깐 말이 없어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까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이는 아닙니다.

오히려 일을 시작하면 설명할 것이 늘어납니다. 왜 지금 이걸 하려는지, 잘됐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누가 시간을 얼마나 써야 하는지. 나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정을 친구는 처음 듣기도 합니다. 오래 알던 사이여서 서로 같은 그림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쉽습니다.

혼자 생각할 때는 자신감의 크기가 들쭉날쭉합니다. 괜찮은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면 당장 다 될 것 같다가, 어려운 조건 하나를 만나면 시작할 이유까지 희미해집니다. 그럴 때 다른 사람 앞에서 처음부터 설명해보는 일이 도움이 됩니다. 입 밖으로 꺼내는 동안 스스로 빠뜨린 조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친구가 꼭 좋은 말만 해줘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별로라는 말을 들어도 한 번 더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왜 별로인지 묻고, 내가 생각한 이유를 설명하고, 그래도 다르게 보는 부분은 남겨둡니다. 당장 결론을 내리지 못해도 혼자 같은 자리만 맴도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우리가 함께 일하는 데서 얻는 힘은 이런 데 있습니다. 가끔은 낄낄거리면서 던진 말이 진지한 회의보다 오래 남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자는 생각도 이제 실제 일이 됐습니다. 벌여놓았으니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또 설명해야 합니다.

같은 도면을 서로 보기 좋게 돌리고 연필로 의견을 보태는 세 친구
친구끼리도 같은 도면을 펴놓고 설명해야 합니다.AI 생성 · 닷킴 캐릭터 일러스트

집을 짓지 않아도 궁금한 것들

건축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대단한 건물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나누는 질문은 훨씬 가까이에 있습니다. 왜 같은 면적인데 어떤 집은 넓어 보이는지, 인테리어를 맡기면 가구까지 골라주는지, 오래된 것을 남기는 편이 좋을 때는 언제인지. 살면서 공간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궁금할 만한 것들입니다.

그 질문에 답하려고 꼭 건물주부터 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사는 집의 불편을 설명하다 보면 자기 취향이 드러나고, 남의 공간을 보며 좋아하는 이유를 찾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도 조금씩 구체적이 됩니다. 나중에 실제로 집을 고치거나 일을 맡길 때 그 말들이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에는 그런 생각을 충분히 풀어써보려 합니다. 영상에서는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글에서는 한 문장에 조금 더 머물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따라오다가, 자기 집에서는 다를 것 같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읽는 사람이 자기 생활을 떠올릴 틈이 있는 글이면 됩니다.

홍보하려고 시작했다는 첫 문장은 그대로입니다. 그 목적에 잘 맞는 글은 우리가 대단하다는 말이 많은 글보다, 어떤 사람들인지 읽히는 글이라고 믿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업 옆에 읽어볼 만한 생각이 쌓여 있다면 닷킴을 훨씬 구체적으로 소개할 수 있겠지요.

첫 녹음은 셋이 함께 박수를 치고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소개까지 했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건축 이야기를 한다면서 정작 건축이 무슨 일인지부터 안 풀고 갈 수는 없으니까요.

문에 걸리는 의자를 보며 생활 속 동선 문제를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세 사람
건물을 짓기 전에도, 의자와 문은 자꾸 부딪힙니다.AI 생성 · 닷킴 캐릭터 일러스트

한 줄 정리

우리가 만드는 공간과 그 공간을 결정하는 생각을 함께 보여주려고, 마이크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편 예고

건축, 건설, 인테리어. 익숙한 세 단어인데 내 집을 맡기려니 갑자기 헷갈립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공간을 두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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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둘러싼 질문은 계속됩니다.
다음 대화와 작업에서 또 만나요.

이야기와 이어지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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